- 줄거리
형사 장해준은 산 정상에서 추락 사망한 기도수의 사건을 담당하게 됩니다. 그리고 고인의 아내인 송서래를 만납니다. 송서래는 중국에서 와서 발음과 한국어가 서툰 여자였습니다. 그녀는 남편의 사망 소식에도 눈물을 흘리지도 않고 태연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게다가 '마침내 운명하셨다. 외국인이 사용하기에는 낯선 어휘를 구사했습니다. 그런 그녀에게 해준은 흥미를 느낍니다. 이후, 해준은 이 사건을 수사해 나가면서 서래가 남편에게 가정폭력을 당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해준은 서래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정하고 수사를 진행합니다. 하지만 수사를 명목으로 서래에 대해 알아갈수록 해준의 마음은 용의자에 대한 의심이 아니라 한 여자에 대한 관심으로 점점 변해갑니다. 또한 수사한다며 자신 곁을 맴도는 해준의 시선을 서래는 즐기게 됩니다. 그렇게 서로 이끌리게 되는 남녀는 단순히 형사와 피의자라는 신분 이상의 관계가 되어 갑니다. 해준은 사건을 자살로 마무리했지만, 사건 종결 이후 서래의 기도수 살해 증거를 발견하게 됩니다. 감정이 앞선 해준은 서래에게 증거를 없애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평소 형사로서 성실하고 자부심이 많았던 해준은 이 사건 이후 망가진 삶을 살게 되고 아내가 있는 이포로 내려와 일을 계속하는데, 이포에서 서래와 마주칩니다. 그때 서래는 새 남편의 애를 임신한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이포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는데, 이번에도 서래의 새 남편이 피해자였습니다. 저번 사건이 떠올랐던 해준은 서래가 범인 일 거라는 생각으로 수사를 진행하지만 이번에는 사철성이라는 인물이 범인 이었습니다.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사철성의 어머니가 서래가 준 약을 먹고 사망했고, 서래의 새 남편에서 투자금을 뜯겨 치료를 잘 받지 못했던 사철성의 원한을 사서 서래의 새 남편을 죽이게 유도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 서래는 홀로 바닷가를 향하고 '증거가 담긴 핸드폰을, 바다 깊숙한 곳에 버려요'라는 해준해줬던 말처럼 스스로를 바다에 버리게 됩니다.
- 감상평
극 중 해준은 "어떤 슬픔은 파도처럼 밀려오고, 어떤 슬픔은 잉크처럼 천천히 번지는 거야"라는 대사를 남깁니다. 이 대사처럼 물에 떨어뜨린 잉크처럼 마음을 서서히 번지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얼핏 보면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추리물 같으면서도 해준과 서래의 행동과 감정 변화를 그려내는 멜로영화 같은 장르가 헷갈릴 수 있을 정도로 애매한 느낌의 영화였지만, 영화 자체는 애매하지 않았고 서서히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또한, 아내가 있고 자기 직업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해준은 평소처럼 수사를 진행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서래를 챙겨주고 서래 또한 확실하게 표현은 하지 않지만 해준에게 빠져드는 모습에서 사랑한다는 말 없이 애정을 보여주며, 품위 있는 감정 변화가 너무 인상적이었습니다. 중간중간 서래의 미묘한 대사들은 서래가 중국인이라 어눌해서 그렇다는 생각이 들지만, 곱씹으며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드는 대사들이 많아 전체적으로 묘한 분위기를 유지해 주는 장치였습니다. 각자 반려자가 있는 주인공들이 사회적으로는 느껴서는 안 되는 감정이기에 격렬해지지 않고 자신들 또한 크게 표현하지 않지만, 은은하게 티를 내는 행동들을 보여주는 어른들의 세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감정선을 보여주는 영화였습니다.
- 영화의 뒷이야기
박찬욱 감독은 정훈희 가수의 노래 '안개'에 영감을 받아 영화 '헤어질 결심'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또한, 노래'안개'는 작곡가가 김승옥의 소설'무진기행'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이 소설은 지금까지도 작가 지망생들에게는 직접 손으로 필사를 해볼 만한 책으로 유명할 만큼 큰 영감을 주는 문학작품입니다. 이러한 감독의 영감 덕분에 영화 마지막 노래'안개'가 흘러나올 때 관객들의 감정은 더욱 증폭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서래를 찾기 위해 신발 끈을 고쳐 매는 해준의 손가락에는 결혼반지가 없었던 장면에서 이제껏 빼놓지 않았던 결혼반지를 서래를 찾으러 가면서 현재 부인과는 '헤어질 결심'을 하고 나간 것이 아니라는 해석도 있다. 영화 내내 해준이 안약을 넣는 장면들과 안개로 뒤덮여 있는 마을이 시야를 가리는 장면들이 나옵니다. 이 안약은 감정으로 사건 판단이 흐려지는 해준의 의지를 나타내는 것이고, 안개는 안약을 넣으면서 마음을 다잡지만 이미 벗어날 수 없는 상태라고 해석됩니다. 그리고 고소공포증이 있어 산을 싫어하는 서래가 산에서 남편을 죽입니다. 이 산은 그녀가 죽도록 싫어하는 현실을 비유한 것이고 이겨내야 할 존재입니다. 해준은 눈을 감고 서래는 차밖을 보고 있지만, 수갑 찬 손목 앞 손가락으로 서로를 느끼고 있는 포스터가 이 영화의 전체를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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